44강 당구 대회 현장에서 본 운영의 실제

대회 운영 플랫폼을 만들고 있었지만, 실제 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붙어서 본 적은 없었습니다. 출석 체크가 필요하고, 대진표가 필요하고, 경기 알림이 필요하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서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2025년 4월 18일, 하남 캐슬캐롬의 44강 3인 단체전을 보러 갔습니다. 아침 9시에 시작한 대회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저는 중간에 한 번쯤 “아, 이건 회의실에서 절대 안 보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날은 기능을 설명하러 간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시스템을 어떻게 쓰고, 어디서 멈추고, 어떤 식으로 우회하는지 보러 간 날에 가까웠습니다.

대회장 전경. 테이블 옆에 점수를 입력하는 태블릿이 달려 있다

첫 장면부터 틀렸다

출석 체크 테이블에는 노트북 두 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참가자가 QR을 보여주거나 찍는 방식인데, 코로나 때 다들 해봤으니 설명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QR을 어떻게 찍는지 어려워하는 분이 종종 있었습니다. 대회에 여러 번 나온 분들은 익숙했고 처음 온 분들이 주로 물었습니다. 예전에 써봤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지금도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셈입니다.

경기 규칙에 대한 질문도 계속 나왔습니다. 이닝 제한과 시간 제한, 후구가 있는지를 묻고, 이전에 참가한 대회와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앱 공지에 적어둔 내용이었지만 현장에서는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때 조금 민망했습니다. 저는 화면에 적혀 있으면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는 정보가 적혀 있는 것과 납득되는 것이 달랐습니다. 참가자는 경기장에 들어오면서 지인과 인사하고 큐대를 챙기고 자기 차례를 확인합니다. 그 사이에 앱 공지까지 읽었다고 기대하는 건 개발자 쪽 사정이었습니다.

대기 시간은 빈 시간이 아니었다

1차전에서 이기면 다음 경기까지 두 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밥이나 커피를 사러 나가는 분들이 있었는데, 대회장 근처를 돌다가 다른 당구장에서 그 참가자들이 당구를 치는 것을 봤습니다. 잠시 뒤 돌아와 다음 시합을 했습니다.

개최자에게 자주 오는 질문도 다음 경기가 몇 시쯤 시작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물어본다고 적어뒀습니다.

대진표의 11시가 정확히 11시를 뜻하지는 않았습니다. 앞 경기가 10시 반에 끝나 테이블이 비면 다음 팀을 바로 불렀고, 그 팀이 아직 안 왔으면 와 있는 다른 팀부터 진행했습니다.

예정 시각만 보고 알림을 보내면 이미 경기가 시작된 뒤일 수도 있습니다. 대회장을 나가 있는 참가자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진행 상황에서 자기 차례가 가까워졌다는 안내였습니다.

이 장면이 제일 오래 남았습니다. 앱에서 보는 시간표는 정적인 약속처럼 보이지만, 현장의 대진표는 계속 흐르는 물건이었습니다. 테이블이 비면 당겨지고, 사람이 없으면 건너뛰고, 누군가 돌아오면 다시 끼워 넣습니다. 알림은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 아니라, 그 흐름 속에서 참가자를 다시 대회장으로 부르는 기능이어야 했습니다.

시스템보다 현장 룰이 위였다

22강이 끝나면 11팀이 남습니다. 개최자는 탈락한 11팀 중 성적이 좋은 5팀을 다시 올려 16강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시스템에는 그 방식의 패자부활 기능이 없었습니다. 그날은 어드민에서 별도 대진표를 만들어 16강을 진행하고, 8강부터 본래 대진표에 결과를 옮겨 적었습니다.

왜 이렇게 진행하는지 물었더니 개최자는 앞 라운드가 몇 강이든 16강에서는 16팀을 맞춘다고 했습니다. 처음 요구사항을 받을 때는 듣지 못했던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경기 도중 공지된 규칙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후구가 없었는데 개최자가 조건부로 허용했습니다.

아침 경기를 마치고 밖에 나간 참가자는 현장 안내를 못 듣습니다. 변경 공지를 보낼 때는 다음 경기를 치를 참가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고 적어뒀습니다.

이때는 약간 허탈했습니다. 우리는 “패자부활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로 생각했는데, 현장에서는 필요한 만큼 대진표를 새로 만들고 결과를 옮겨 적어서라도 대회를 굴립니다. 시스템이 지원하지 않으면 운영이 멈추는 게 아니라, 사람이 시스템 밖에서 맞춥니다. 그리고 그 우회로가 나중에 진짜 요구사항이 됩니다.

탈락했는데도 새벽까지

경기 사이에는 동호회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자기 큐대와 유니폼을 갖춰 온 분이 많았고, 이긴 팀이 테이블을 닦고 정리했습니다. 우연히 득점하면 상대에게 인사하고, 태블릿을 누를 때도 상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 분은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저 사람이 32점쯤 치는지 알겠다고 했습니다. 화면에 핸디 숫자를 표시하는 일을 하면서도 이런 식으로 상대를 가늠한다는 것은 처음 들었습니다.

새벽까지 남아 있던 동호회 다섯 분에게 왜 귀가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일찍 탈락했지만 다른 회원의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분도 있었고, 참가하지 않고 응원하러 온 분도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하는지도 물었습니다. 휴대폰으로 같은 동호회 사람이 경기하는 테이블의 캠을 보며 응원한다고 했습니다. 경기하지 않는 참가자도 다른 경기를 보려고 앱을 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테이블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대회장

앱에서는 출석 체크와 다음 경기 차례를 알려주는 알림이 좋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 개최자의 대회에 나가려면 앱을 써야 해서 설치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불만도 있었습니다. 원래 32강으로 알았는데 44강으로 늘어나 경기가 너무 늦어졌고, 상금이 커지는 것은 좋지만 미리 알려주지 않고 정원이 늘어나면 다음에는 참가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개최자는 더 많은 신청을 받으려고 정원을 늘릴 수 있지만 참가자는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정원 변경 기능을 만들면서 대진표를 생성할 수 있는지만 봤고, 참가자가 예상한 귀가 시각이 달라지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말은 좀 아팠습니다. 기능 목록만 보면 정원 변경은 개최자에게 유연성을 주는 좋은 기능입니다. 하지만 참가자에게는 “내가 약속받은 하루의 길이가 바뀌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제품에서 같은 버튼이 한쪽에는 편의이고 다른 쪽에는 배신감일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제대로 느꼈습니다.

운영자는 화면 앞에 붙어 있지 않았다

태블릿의 제한 시간이 40초여야 하는데 30초로 설정돼 있어 항의가 나왔습니다. 경기 종료 조건을 채웠는데도 태블릿에서 끝나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개최자는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바로 보지 못했습니다.

노트북 배터리가 다 돼 다른 사람의 노트북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다음 차례 참가자들이 들어와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면 경기 중이니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안내했습니다.

화면을 계속 보고 있는 사람을 상정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개최자는 출석과 규칙 설명, 테이블 설정 문제를 오가며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관리 화면을 만들 때는 보통 관리자가 화면 앞에 앉아 있다고 상상합니다. 실제 개최자는 계속 서 있고, 불리고, 설명하고, 항의를 듣고, 누군가의 노트북을 빌립니다. 오류가 조용히 묻히면 발견할 사람이 없는 자리였습니다.

그 뒤 화면을 다르게 보게 됐다

알림 문구는 「11시에 시작합니다」에서 「곧 차례입니다」로 바꿨습니다. 현장에서는 예정 시각보다 테이블이 비는 순서와 참가자가 와 있는지가 경기 시작을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정원을 늘리는 기능도 개최자 편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날 참가자가 말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해서 싫다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알지 못한 채 대회가 길어졌다는 불만이었습니다.

이후 요구사항을 받을 때는 현장에서 지금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도 함께 물었습니다. 16강을 맞추려고 별도 대진표를 만들고 결과를 옮겨 적는 과정을 먼저 알았다면, 패자부활 기능에서 어떤 조작이 필요한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별도 대진표를 만들고, 결과를 옮겨 적고, 참가자를 순서와 다르게 부르는 행동도 요구사항이었습니다. 회의실에서 “필요한 기능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빠졌을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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